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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가 정말로 좋을까?

초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초유가 독감예방에 도움이 되고 알레르기를 개선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초유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유의 장점만 믿고 섭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초유(初乳)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포유류에서 출산 후 일주일 이내에 분비되는 노르스름한 유즙이다. 초유 안에는 아기의 생명유지 및 성장발달에 필수조건인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아기는 태어날 때 탯줄을 통해 모체로부터 이러한 초유를 충분히 공급받게 된다. 그래서 출생 후 별도의 초유를 먹이지 않는다고 해도 아기의 생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이에 반해 소와 같은 반추동물은 면역성분이 모두 모체에 있어 갓 태어난 송아지가 출생과 동시에 어미로부터 초유를 공급받지 못하면 생명에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 아기는 태어날 때 탯줄을 통해 면역글로블린G를 충분히 받았기에 성장하면서 필요한 면역글로블린A가 초유에 많다. 반면에 소는 면역글로블린G가 모두 모체에 있어 갓 태어난 송아지는 초유를 먹어야만 생명에 지장이 없다.

 

초유제품, 그리고 기업들

 

이러한 초유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국내의 일부기업들은 초유 넣은 제품을 앞 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또 갓 태어난 영유아가 먹는 분유는 초유를 넣은 프리미엄제품으로 일반제품에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분유업체인 A사의 경우 지난해 1600억 매출 중 250억 원(15%)이 초유분유매출이었다. 이 업체의 초유라인 제품은 비초유분유라인에 비해 20%가량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다. B사와 C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초유분유로 인한 매출이 상승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보니 업체들은 초유 넣은 제품을 마케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B업체 연구소장은 소의 초유가 사람의 초유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초유에는 건강에 좋은 면역글로불린이라는 성분이 있다. 이 성분은 면역성분과 성장성분이 있는데 면역글로불린의 함량이 사람의 초유에는 0.19~0.53mg/ml 정도밖에 안 되지만 젖소 초유에는 20~200mg/ml이나 된다.

 

또 젖소의 초유는 성숙유보다 면역성분이 6배 가량 높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생리활성 물질과 성장인자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을 파괴하고 독소를 중화하는 면역글로불린의 양이 사람의 초유보다 100배 이상 많다. 소의 초유가 가지고 있는 분자의 구조도 사람의 초유와 아주 흡사해 특이체질을 제외하고는 인체에 부작용 없이 흡수된다며 초유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에게 중국에서 초유가 성조숙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판매를 금지시켰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소의 초유에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성호르몬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식품의 원료로서 이미 안전성이 입증됐다. 국제기준인 코덱스에도 초유성분을 사용금지한 조항은 없다.

 

국내에서도 초유 성분이 들어간 유제품으로 인해 성조숙증이 발견되었다는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외 두 업체에 초유성분이 들어간 제품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였으나 민감한 내용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내 분유업체 중 한 곳은 초유분유를 출시했다가 중단한 상태였다. 이 업체 관계자에게 제품이 중단된 이유를 묻자 당시엔 조제분유의 면역 증강 신소재로서 초유를 사용하였지만 미생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살균 과정을 거치는 결과 초유성분의 안정성이 떨어져 첨가량에 비해 완제품에서 유효성이 낮아졌다. 이후 초유에 관해 여러 연구결과를 살펴본 결과 사용에 관한 필요성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재는 조제분유에 초유를 첨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은 어떨까?

 

우리와 달리 미국·유럽·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신생아가 먹는 조제분유에 소의 초유를 전혀 첨가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영양강화, 구토방지, 소화촉진 등 다양한 기능의 제품들이 출시되고는 있지만 초유가 함유된 분유는 판매되지 않는다. 우유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모유와 가장 가깝게 만든 유산균(Lgg)이 강화된 분유가 시판되고 있지만 이 또한 일반마트에서는 유통되지 않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젖소 초유를 직접 생산하고 있는 뉴질랜드와 호주는 어떨까? 이들 나라 또한 6개월 미만의 영·유아용 분유에는 초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초유급식을 일체 금하고 있다. 초유는 건강보조 식품으로 사용하는 것만 허용하는데 그만큼 소의 초유를 약 보충제로 엄격하게 관리한다일본은 초유분유를 의약품으로 지정해 일반마트에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초유가 들어간 제품에 한해서는 약국에서 관리토록 하고 있.

 

중국 위생부 또한 20129, 초유를 신생아용 분유 원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중국은 소의 초유를 장기간 섭취할 경우 영유아의 건강에 대한 중국과 해외의 과학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또 소의 초유에 많이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을 장기간 섭취를 할 경우 비정상적으로 발달할 위험이 높다고 중국은 설명하고 있다.

 

기업들이 초유에 대한 장점을 부각시키며 매출에 신경을 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문가들은 아기들에게 초유를 권장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신손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위원(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장)젖소의 초유를 넣은 분유가 영·유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사람의 초유도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소의 초유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또 그게 사람에게 어떻게 좋은지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고시환 소아과 전문의는 초유는 일주일만 먹이면 되는데 굳이 소의 초유까지 먹일 필요가 없다. 소의 초유 속에는 면역글로블린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 있긴 하지만 이것이 소는 소, 사람은 사람일 뿐 종을 옮겨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기에게 소의 초유를 먹인다고 해서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또 다른 소아과 전문의는 젖소의 초유가 사람의 초유보다 면역성분 함량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에게 좋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높은 면역성분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 초유에 대한 정확한 연구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업체들이 초유의 장점만 부각시키는 것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소아과 전문의들은 모두 아기에게 초유를 먹이지 말라고 권장하고 있다. 업체들도 아기의 건강을 위해 제대로 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완 교수 또한 초유가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갖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초유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종이 다를 경우 이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초유가 나쁘고 좋고를 떠나서 모유수유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그렇다면 모유를 먹이도록 권장하는 사회분위기가 중요한 것이지 초유분유를 먹이는 것을 이렇다 저렇다고 말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서 교수는 인간은 면역체계를 얻는 방법이 이미 태반으로 건너오는 게 많은데 이는 초유에 면역체계를 만드는 세포자체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세포들은 아기의 몸속에서 스스로 면역물질을 만들기 때문에 굳이 초유를 먹이지 않아도 된다. 소의 초유는 분말로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이미 세포가 죽었다고 봐야 한다. 정말로 아기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모유수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유 속 초유성분의 비밀을 파헤치다

 

지난 2011년 임산부의 날을 맞이해 한 방송사는 분유에 대한 대점검이라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에서는 분유 속 초유성분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소비자들이 분유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을 두는지에 대한 조사와 초유성분이 정말로좋은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진행됐다. 또 추가적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통신원들을 통해 외국의 사례를 보도했다. 이 방송사가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소비자는 제품을 고를 때 어떤 점에 기준을 두나'였다.

 

여기서 소비자 대부분은 분유에 들어가는 성분을 보고 제품을 구입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아서 기업들이 홍보에 사용하는 문구 하나 하나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초유분유의 초유함량은 20~30%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방송사의 조사결과 A분유업체는 분유 속에 초유성분이 2.38%정도 들어갔고 B분유업체는 0.56%, C분유업체는 0.52%정도 초유가 농축되어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장재원 청강대학교 식품과학과 교수는 분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모유에 가깝냐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소의 초유로 모유에 있는 면역글 로 블 린A 를 맞추려면 최소한 20~25%의 함량이 기존보다 더 많이 함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확인한 결과 A업체에서 만든 초유분유에는 초유성분이 3.4mg, B업체는 2.6mg였고, C업체도 비슷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초유에 대해 어떤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일까?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는 초유자체만으로 특별히 관리하지는 않고 있지는 않지만 아무리 좋은 성분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위산에서 파괴되기 때문에 효용성에 대해 말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초유든 우유든 위에서 파괴되기 때문에 초유에 어떤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 자체를 논하기가 그렇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초유에 들어 있는 성분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통과해서 장으로 간다면 닥터캡슐 같은 유산균제제가 나올 필요가 없지 않냐며 소의 초유에 면역성분이 천 배가 있든 만 배가 있든 모든 건 위에서 파괴되기 때문에 살아남아서 장까지 내려간다는 보장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초유의 안전성을 따진다면 과민반응을 일으키느냐 안 일으키느냐 하는 알러지 반응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확실한 결과가 아직은 없다현재로선 소비자들에게 초유의 장점만을 알릴 게 아니라 먹고 난 후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알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에서 생산된 초유에 대해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의해 사용을 금하고 있다. 분만 후 5일이 경과되지 않은 원유에 대해서는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초유는 대부분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초유의 단백분말을 가져와 혼합한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초유를 대규모 상업적으로 쓰는 나라 또한 우리나라밖에 없다초유의 안정성에 대한 확실한 연구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초유 함량에 대해 정확하게 표기하고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주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적인 규정 시급해 보여

 

소의 초유성분이 사람에게 좋다는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취재과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소의 초유가 일부 성장지연을 가지고 있는 소아가 섭취시켰을 때 성장촉진을 시킨다는 보고도 있지만,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소아가 소의 초유를 먹었을 때 오히려 알레르기가 악화된다는 보고가 있다.

 

도리어 설사가 악화된다는 보고도 있어 아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해외의 많은 나라들은 초유제품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초 유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초유의 장점만을 강조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제공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소의 초유가 가지고 있는 안정성과 유용성이 밝혀지고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법적인 규정이 시급해 보였다.

 

MeCONOMY (Apri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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